‘심장안심(Heart-Well) 클리닉’
건강정보 / 의학 칼럼
걸을 때 다리가 아프면, 어떤 생각을 먼저 하시나요? ‘나는 운동능력이 떨어진다’? , ‘나이가 들어서 무릎관절이 퇴행성으로 안 좋아졌다’?, 아니면 ‘허리 디스크가 다리로 내려와서 아픈 건가’? 다음의 예를 보시죠.
57세 남자 환자, 약 4년 전부터 50미터만 걸어도 우측 엉덩이부터 허벅지 및 종아리까지 통증이 온다고 병원을 찾았습니다. 딱딱 해지고, 퍽퍽하고, 저리고… 오르막을 오르면 더 힘들고, 걸음을 멈춰 서서 쉬면 서서히 호전되고…. 잘 생각해보니 약 15년 전부터 달리기 하면 우측 종아리 통증이 있었는데, 운동능력이 떨어져서 그런 줄 알고 지내왔다고 합니다.

이 분은 척추디스크가 다리로 내려와서 아픈 게 아닌가 생각하고 정형외과를 찾았습니다. 환자를 진료한 정형외과 의사는 먼저 등골(척수)이 지나가는 척추의 통로인 척추관이 퇴행성으로 좁아지는 ‘척추관 협착증’으로 추정하고 자기공명영상촬영(MRI)을 했습니다.
‘척추관 협착증’ 이 있으면 위와 같이 걸을 때 다리에 통증이 오고, 멈춰서 쉬면 서서히 호전되는(의학 용어로 ‘하지 파행’) 증상이 옵니다.
그러나 검사결과 ‘척추관 협착증’은 아니라고 들었습니다. 환자는 주변의 예기나 자신의 느낌으로 미루어 ‘분명 척추가 안 좋은데’ 동네 의사가 잘 진단하지 못한 게 아닌가 의심이 되어서 검사결과(MRI 사진)를 복사하여 서울의 어느 대학병원에 진료를 받게 됩니다.
하지만 대학병원의 진료결과 역시 ‘척추관 협착증이 있긴 있지만 통증이 생길 만큼 심하지는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환자는 답답한 나머지 서울의 어느 통증 클리닉을 찾아 갑니다. 꼬리뼈에 내시경 시술로 주사를 놓으면 통증이 한결 낳아 진다는 주변의 권유로 시술을 받았고, 시술 후 엉덩이와 허벅지 통증은 다소 완화되었지만 걸을 때 종아리 통증은 여전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다른 문제가 있지 않나 고민하던 끝에 우연히 TV 프로그램에서 ‘하지혈관 동맥경화증’을 접하게 됩니다.
담배를 피우거나,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이 있는 사람은 다리로 가는 혈관에 동맥경화증이 와서 혈액순환이 좋지 않으면 걸을 때 통증이 온다는 겁니다. 다음날 주변을 수소문한 끝에 심장혈관내과를 찾아오게 되었지요.
< 좌: 정상 하지동맥, 우: 동맥경화로 좁아진 하지동맥 >
환자는 하루에 담배를 한 갑반씩, 약 38년을 피워왔다고 합니다. 바지를 걷어 올려 양쪽 종아리를 비교해 보니 우측 종아리가 가늘어져 있고, 무릎 뒤로 통하는 혈관(오금동맥)을 만져 보니 좌측은 잘 만져지지만 우측은 맥박이 만져지지 않았습니다.
동맥경화도 및 사지혈관 협착도(PWV/ABI)를 측정해 보니 우측 다리로는 혈액 순환이 현저하게 떨어져 있었습니다.
동맥경화증에 의해 하지 동맥이 좁아지거나(협착) 막히는(폐쇄) 현상으로 추정하고, 검퓨터 단층촬영(CT)으로 하지 동맥혈관 촬영을 하였고, 아래 배 속의 우측 장골동맥(골반동맥)이 동맥경화로 완전히 막혀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걸을 때 다리 통증의 원인이 척추디스크도 아니고, 척추관 협착증도 아니고, 무릎 관절증처럼 근 골격계 문제가 아니라 동맥경화로 인한 혈액순환이 문제였던 것입니다.
< 하지혈관 CT혈관촬영 : 우측 장골동맥(골반동맥)이 완전 폐쇄되어 있음 >
환자는 막힌 우측 장골동맥(골반동맥)을 수술적 방법이 아니라 사타구니에 국소마취를 하고, 가는 관과 부드러운 유도철선, 풍선 달린 도자와 스텐트(철 그물망) 등을 이용하여 막힌 혈관을 뚫어 다리로 혈액공급이 원활하게 되도록 하는 ‘하지혈관 중재술’을 시행 받았습니다.

< 장골동맥(골반동맥) 완전폐쇄(좌), 혈관 중재시술 후 혈관재개통(우) >
시술 다음 날부터 보행을 시작하였는데, 환자가 말하기를 ‘다리가 훨씬 가볍다’, ‘멀리 걸어도 통증이 없고, 계단을 올라도 통증 없이 수월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 환자는 “이렇게 좋은 걸 모르고, 10여 년 간 고생한 것 아니냐?” 는 말을 남기고 집으로 돌아갔으며, 재발예방을 위한 약제를 복용하면서 현재 일상생활을 무리없이 하는 중입니다.
환자의 예처럼 다리 동맥의 동맥경화증으로 인해 좁아지거나(협착) 막혀서(폐쇄) 걸을 때 통증이나 기운이 빠져 보행에 장애가 생기는 ‘하지파행’으로 고생하거나, 심한 경우는 발가락이나 발이 썩어 들어가고, 아무리 상처소독을 해도 낫지 않아서 결국 발을 절단하게 되는 불행을 불러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 동맥경화 혈관폐쇄로 인한 발가락 괴사>
하지혈관 동맥경화증, 어떤 사람에게 잘 생길까?
어떤 경우에 잘 생길까요? 우선 고령자에서 잘 생깁니다. 나이가 70세를 넘어가면 세 명중 한 명꼴로 다리 혈관에 동맥경화증이 온다고 합니다. 당뇨병이 있은 경우에 잘 생기고, 담배를 피는 경우에도 발병 확률이 높으며, 고혈압과 고지혈증이 있는 사람들에서 또한 잘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동맥경화도 및 사지혈관 협착도’ 검사가 필요한 경우
1. 65세 이상 고령자
2.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이 있는 경우
3. 흡연자
4. 심장혈관 질환, 뇌혈관 질환, 경동맥 질환이 있는 경우
5. 걸을 때 다리에 통증, 저림, 기운 빠짐 등의 증상 있는 경우
하지혈관 동맥경화증, 어떻게 알아낼까요? 진단은?
첫 진단은 비교적 간단하고 쉽습니다. ‘동맥경화도 및 사지혈관 협착도(PAV/ABI)’ 검사가 정확도가 높으며, 검사도 간단하고(검사시간 5-10분 소요), 안전하며, 비용도 저렴합니다. 이 검사에서 이상소견을 보이게 되는 경우에 한해 검퓨터 혈관촬영(CT) 등의 정밀 검사를 하게 됩니다.
하지혈관 동맥경화증, 어떻게 치료할까요?
하지혈관 동맥경화성 협착증이 진단되면 우선 혈전(피떡)이 생겨 막히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아스피린과 같은 항혈전제를 투여하고, 가는 혈관을 통해 혈액순환이 잘 되도록 하는 약물과, 동맥경화증의 진행을 더디게 하기 위해 지질강하제 (콜레스테롤 억제제) 등 약물치료가 기본입니다. CT혈관촬영에서 협착이 심하거나 폐쇄가 있으면 약물치료만으로는 부족하므로 혈관중재술을 하게 됩니다.
혈관중재술은 사타구니에 국소마취를 하고, 가는 관과 부드러운 유도철선, 풍선 달린 도자와 스텐트(철 그물망) 등을 이용하여 좁아진 혈관은 넓히고, 막힌 혈관을 뚫어 다리근육으로 혈액공급이 원활하게 되도록 하는 첨단 치료법입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인조혈관을 이용하여 샛길을 만드는 수술 (혈관우회로 수술)로 치료하기도 합니다.
예방이 최고입니다. 증상이 없더라도 나이 65세를 넘으면 한번쯤은 심장혈관내과 전문의를 찾아 ‘동맥경화도 및 사지혈관 협착도 검사(PWV/ABI)’를 해보시는 게 좋습니다. 담배를 피우면 혈관이 나빠지고, 동맥경화증이 잘 옵니다.
담배를 피우고 계시다면 지금 당장 끊어야 합니다. 고혈압 환자는 철저한 혈압 조절, 당뇨병 환자는 철저한 혈당관리, 고지혈증 환자는 적절한 콜레스테롤 조절이 중요한 예방책임을 명심하시고, 관리중인 담당 의사와 여러분의 혈관상태에 대해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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